피곤한데 잠이 안올때 에너지를 역이용하면 된다
피곤한데 잠이 안오는 근본적인 이유
왜 잠이 안올까. 잠을 자려고 할수록 더 잠이 안온다. 몸을 이완시키는 기술도 잠깐 효과가 있을 뿐, 며칠 지나고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런 개 짜증나는 상황을 대략 2주정도 겪다보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가 나니까 잠이 왔다!
이것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혹은 신경학적, 심리학적 무엇이든 좋다.. 어쨌든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만 있다면... 나는 각종 정보를 탐색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만성적 과각성 상태
평소에 예민하거나, 어떤 할일이 있는데 미뤘다거나, 미루면서 쇼츠/틱톡/릴스나 유튜브 탐색, 혹은 자극적인 넷플릭스 컨텐츠 시청, 단톡방에서의 대화, 뭐 이런것들은 끊임없이 도파민을 추구하도록 뇌 상태를 변형시킨다. 그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 관계에 대한 걱정, 뭐 이런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고 쌓여서 만성적인 과각성 상태를 유발한다.
만성적인 과각성 상태란 무엇일까. 뇌의 편도체에서 "현재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상황이다." 라는 신호, 그러니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끊임없이 내뿜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몸에 미세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수십만년 전 맹수 앞에 섰을 때 원시인류의 몸상태가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나한테서 발현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화장애, 변비, 불면증, 수족냉증 뭐 이런것들이 따라온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아주 잘 알지. 제기랄.
명상이나 최면요법은 일시적인 방편일뿐
내가 명상을 안해봤겠는가? 오만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 최면명상, 호흡명상부터 시작해서 감각명상도 있고, 소리명상도 있고, 걷기명상도 있고,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도 있고. 일반사람들은 있는줄도 모르는 쿤달리니 차크라 명상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효과, 그러니까 며칠정도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가, 금세 원점으로 돌아왔다.
왜 처음에만 효과가 있었을까. 아무래도 내가 너무 똑똑했던것 같다. 이게 무슨소리냐? 명상은 신경학적으로 교감신경의 전원을 강제로 꺼버리고, 부교감 신경을 켜버리는 장치이다. 그런데 뇌는 처음에는 명상에게 속아서, '아 이제 전투모드가 끝났나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명상에 익숙해져 버리면, '이거 전투모드 끝났다는거 가짜였잖아? 아직 나에게는 할일이 남아있어.' 라고 판단하고 명상도중, 혹은 명상이 끝나는 즉시 다시 코르티솔을 분비해버린다. 똑똑하고 분석력있는 뇌를 가졌을 수록 이 지점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그럼 뭐 어쩌란 말이냐?
나는 화가 났다. 진짜 말 그대로 뭐 어쩌란말이냐? 정말 답답했다. 이완하려하면 할수록 이완에 집착하게 되어 더 각성이 된다. 잠을 자려고 하면할수록 잠듦에 집착하게 되어 더 각성하게 된다. 호흡에 집중해도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밀려오는 짜증에 그냥 더 많이 각성하도록 내버려뒀다. 정확하게는 내버려뒀다 라기보다는 특정한 상태에 진입하는 장치를 썼다.
특정한 상태란 무엇일까. 그것은 몰입, '플로우'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초사이어인상태' 라고 명명하였다. 어릴 적 드래곤볼을 보았으면 알것이다. 분노한 손오공이 차갑게 마음이 식어서 갑자기 전설의 전사 슈퍼사이어인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바로 그 상태를 의미한다. 각성이 되어있지만 긴장하지 않은 상태. 정신은 아주 또렷하지만 가슴은 차분한 상태.(실제로 심박수가 일정하게 된다는 연구결과있음) 어느때보다 전투적인 마인드를 가졌지만 손발은 따듯한 상태. 이 상태에 나도모르게 진입하였다.
긴장과는 분명히 다른 특수한 각성
이 상태는 의학적으로 단순 과각성과는 아예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시소처럼 서로 억제관계에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최근에는 특수한 각성상태, 그러니까 플로우 상태에는 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의식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하지만 뇌에서는 큰 차이가 있는데, 코르티솔을 분비하던 편도체는 작동을 정지하고, 대신에 도파민, 아난드아마이드, 세로토닌, 엔도르핀을 동시에 방출한다. 그러니까 각성호르몬과 이완호르몬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셈이다. 뇌는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고, 몸은 동시에 차분한 복구모드로 들어가서 산화스트레스를 낮추면서 세포를 재생한다. 이 굉장한 상태는 느껴보지 않으면 알수가 없다. 드래곤볼 프리저편에서 손오공이 각성하고 나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 잘 복기해보면 조금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성공을 다시 구현할 수 있을까?
이 상태에 어떻게 진입했는지 복기한 뒤, 플로우상태에 진입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제미나이와 심도있는 대화를 나눈 후 나는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일단 만성적인 과각성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그것은 이미 충족되어있다. 그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분노를 끌어올려야 한다. '또 잠들지 못했나? 이런 멍청한 편도체 같으니라고. 일 똑바로 안할래? 내가 개입해야겠어? 스스로 못하겠어? 응?' 나 자신에게 분노를 해도 된다.
그 상태에서 평소에 자주 들었던 익숙한 노래 중에 저음 베이스가 깔린 음악을 반복재생한다. 갑자기 노래가 왠말이냐 할테지만 여기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다. 일단 평소에 자주 들었던 노래는 뇌가 이미 다 알고있기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지 않는다. 화이트노이즈라고 해야할까. 그냥 배경음처럼 처리된다. 그래서 모르는 노래, 익숙하지 않는 노래를 들으면 안된다. 그것은 뇌에게 새로운 '숙제' 를 끼얹는 것이기 때문.
플로우 상태에서 뇌파는 아주 특이한 상태에 놓이는데, 사람이 아주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베타파와, 잠들었을때 나오는 세타파가 동시에 방출된다. 이 상태를 강제로 유도하는 기법중에 헤르츠 진동음 기법이 있는데, 실제로 의학계에서 쓰이는 방법이다. 40헤르츠 높이의 음을 사람에게 들려주면 뇌는 이 음파에 동조하려는 성질을 가져서 세타파가 나오는 차분한 상태로 진입한다. 40헤르츠 높이의 음높이는 피아노에서 가장 낮은음자리 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한옥타브 높은 도, 또는 두옥타브 높은 도는 각각 80헤르츠, 160헤르츠의 주파수를 가지는데 공학적으로 40헤르츠와 만나면 '공명'현상이 발생한다. 이 공명현상으로 뇌의 동조를 유발하는 것이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초사이언이니, 노래니, 주파수니, 뭐 이런걸 안믿고 싶으면 그냥 안믿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때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 된다. 나는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글을 적는 목적도 방문자를 설득하는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하고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나는 예전에 검정치마의 헐리우드 라는 노래를 아주 많이 들었는데, 그 노래는 기본적으로 저음 베이스가 우우우웅 하고 곡 내내 깔린다. 그것을 차안에서 아주 크게 틀었더니 뇌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고, 운전하면서 플로우 상태에 진입함을 알게 되었다. 이어폰으로 들으면 효과는 반감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어폰을 사용해야겠지.
어쨌든 이 글을 쓰고있는 시점은 다음날 오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6시간밖에 못잤는데 눈이 저절로 떠져서 다시 잠에 들지 못했고, 몸은 피로했다. 원래같았으면 다시 잠들기 위해 오만가지 방법을 다 동원했을거고 거기서도 잠못듦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의도적으로 분노를 끌어올린 다음 환경을 세팅하고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이 글을 쓰고있다. 나는 아주 빠른 시간에 플로우 상태에 진입하였고 지금은 똥이 마렵다. 똥이 마렵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은 배변활동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똥이 이렇게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방학숙제를 안한 어린아이
초등학생때 학교에서는 방학숙제를 엄청 많이 내주곤 했다. 아니 방학때 좀 놀게 해주지.. 방학숙제가 웬말인가? 나는 어릴때 개학 며칠전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몰아서 하곤했다. 바로 그 기분이다! 해야할 일을 미루고 미룰때, 쉬어도 쉬는게 아니고, 뭔가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그 상태.
어릴때는 수면 호르몬 분비가 성인보다 왕성하기 때문에 그상태에서도 잠을 잘 이뤘으나, 성인이 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것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학숙제를 하는수밖에. 인생이 내린 숙제를 풀 수 밖에 없는거다. 도망치지 말고, 분노라는 감정을 무기삼아, 저음역대 소리를 갑옷삼아 나에게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온전히 문제에 풍덩 빠져드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이완과 쾌변과 잠을 선사한다.
개소리 같았지만 아주 잘 읽혔을 것이다. 그럴수밖에 없지. 나는 글을 조온나게 잘쓰니까. 그럼 글 읽느라고 수고 많았다. 감사한다.